문학으로 배우는 영어 표현 — 『찰리와 함께한 여행』#2
영어 표현 배우기, 오늘은 스타인벡과 함께 시작합니다.

상상해 보세요.
낡고 조용한 호텔 방. 노년에 접어든 작가 존 스타인벡이 홀로 침대 끝에 걸터앉아 있습니다. 여행 가방을 열다가 그의 손이 갑자기 멈춥니다. 무언가가 눈에 들어온 겁니다.
그런데 작가는 독자인 우리에게 무엇을 봤는지 바로 말해주지 않습니다. 대신 이렇게 씁니다.
“I noticed things. And more things kept catching my attention.”
(무언가들이 눈에 띄었다. 그러자 더 많은 것들이 계속해서 내 주목을 끌었다.)
“things”? 그게 대체 뭔데요? “more things”? 더 많은 구체적으로 무엇이요?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뒷내용이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화려한 수식어 하나 없이 독자를 완전히 몰입시키는 이 힘. 오늘은 바로 그 비밀을 영어 표현 배우기의 관점에서 파헤쳐 보려고 합니다.
왜 “things”가 오히려 강력한 영어 표현일까요?
혹시 영어로 글을 쓰거나 말을 할 때 이런 고민 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정말 대단한 걸 봤는데, ‘amazing’ 말고 더 멋진 단어가 없을까?” “내 감정을 표현하고 싶은데, 딱 맞는 고급 어휘가 생각이 안 나네.”
우리는 보통 fascinating, remarkable, extraordinary 같은 ‘비싸 보이는 단어’를 찾으려고 애씁니다. 하지만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스타인벡은 정반대의 길을 택했습니다. 가장 흔하고 평범한 단어인 “things”를 골랐어요. 일부러요.
모호함이 만드는 독자의 상상력
“things”는 영어에서 가장 모호한 단어 중 하나입니다. 대상을 전혀 특정하지 않죠. 그런데 바로 그 ‘비어 있음’ 때문에 독자의 뇌가 풀가동되기 시작합니다.
‘대체 작가는 그 방에서 무엇을 본 걸까? 먼지 쌓인 성경책? 누군가 두고 간 물건? 구겨진 메모지?’
독자가 스스로 이 질문을 던지는 순간, 그 글은 살아있는 대화가 됩니다. 영어 표현 배우기의 첫 번째 원칙이 바로 이겁니다. 좋은 글은 정보를 주는 글이 아니라, 질문을 만드는 글입니다.
영어 표현 배우기의 핵심: 설명할수록 독자는 멀어진다
두 문장을 직접 비교해 보세요.
❌ 설명이 너무 많은 문장
“She walked into the room and immediately noticed the dirty coffee cup, the crumpled papers, and the half-eaten sandwich on the desk.”
✅ 스타인벡 스타일
“She walked into the room. Something caught her eye. Then more things did.”
어떤 문장이 더 긴박하게 느껴지시나요? 두 번째 문장은 독자를 방 안으로 초대해 함께 ‘그것’이 무엇인지 찾아보게 만듭니다. 이것이 바로 “Show, Don’t Tell”의 진짜 의미입니다. 때로는 덜어내는 것이 더 많이 보여주는 법이죠.
이것이 바로 영어 표현 배우기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 “Show, Don’t Tell”입니다.
“Deeply Involved” — 감정을 절제할 때 오히려 더 강해진다
스타인벡은 그 호텔 방에 머물렀던 익명의 전 투숙객 ‘해리(Harry)’의 흔적을 하나씩 추적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씁니다.
“I became deeply involved with the problem of Harry.”
(나는 해리라는 문제에 깊이 빠져들고 말았다.)
그는 “I was fascinated”(매료됐다)라거나 “I was obsessed”(집착했다) 같은 감정 과잉의 단어를 쓰지 않았습니다. 그저 ‘깊이 관여되었다’는 건조한 표현을 썼을 뿐인데, 그 무게감이 훨씬 묵직하게 다가옵니다.
혹시 이런 경험 있으신가요? 어떤 감정이 너무 강렬해서, 오히려 말로 꺼내기가 어려웠던 순간이요. 스타인벡은 그 절제된 감정을 영어로 표현하는 법을 정확히 알고 있었습니다.
실전 영어 표현: “deeply involved” 바로 써먹기
- “I got deeply involved in the documentary and lost track of time.”(그 다큐멘터리에 완전히 몰입해서 시간 가는 줄 몰랐어요.)
- “She became deeply involved with the project, even on weekends.”(그녀는 주말에도 그 프로젝트에 깊이 몰두했습니다.)
- “I didn’t mean to, but I got deeply involved in their argument.”(의도하진 않았는데, 그 논쟁에 나도 모르게 깊이 끼어들게 됐어요.)
“I Have No Reason” — 모른다고 말하는 것이 더 강력하다
스타인벡은 방에 머물렀을 정체 모를 여인에게 이름을 붙여주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근거가 전혀 없죠. 그때 그는 이렇게 씁니다.
“I want to call her Lucille. I have no reason. Maybe her name really is Lucille.”
(나는 그녀를 루실이라고 부르고 싶다. 이유는 없다. 어쩌면 정말로 루실이라는 이름일지도 모르니까.)
우리는 영어로 말할 때 “I don’t know”라고 말하는 것을 내심 두려워하곤 합니다. 하지만 스타인벡은 당당하게 “I have no reason”이라고 말합니다. 이 짧은 고백이 오히려 글 전체를 더 진실되게 만들어줍니다.
혹시 이런 경험 있으신가요? 이유는 설명 못 하겠는데 ‘그냥 그런 느낌’이 드는 순간. 그럴 때 이렇게 말해보세요.
- “I have no particular reason, but I just feel that way.”(특별한 이유는 없는데, 그냥 그런 느낌이 들어요.)
- “I’m not sure why, but this place feels familiar.”(왜인지 모르겠는데, 이 장소가 낯익게 느껴져요.)
- “Don’t ask me why — I just knew something was off.”(왜인지는 묻지 마세요. 그냥 뭔가 이상하다는 걸 직감했을 뿐이에요.)
오늘의 핵심 정리: 영어 표현 배우기의 세 가지 원칙
모호함의 힘: “things”와 “more” — 설명을 줄일수록 독자의 상상력이 커집니다.
절제의 미학: “deeply involved” — 감정을 과장하지 않아도 더 깊은 감동을 줍니다.
솔직한 고백: “I have no reason” — 모른다고 인정하는 순간 글은 더 진실해집니다.
스타인벡은 미국 전역을 4개월간 여행하며 ‘진짜 미국’을 정의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깨달았어요. 세상을 완벽하게 설명하는 언어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요. 그래서 그는 불완전한 언어를 선택했습니다. things. maybe. I have no reason.
오늘 영어 표현 배우기를 통해 배운 것처럼,
때로는 “things”처럼 단순하게,
때로는 “I have no reason”처럼
솔직하게 시작해 보세요.
완벽한 단어를 찾느라 입을 떼지 못하고 계신가요? 때로는 “things”처럼 단순하게, 때로는 “I have no reason”처럼 솔직하게 시작해 보세요. 그것이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는 가장 문학적인 영어가 될 테니까요.
스타인벡 영어 글쓰기 시리즈 1편,
“관찰을 이야기로 바꾸는 3가지 도구”도 함께 읽어보세요.
다음 편에서는 — 대시(—)의 마법
스타인벡은 이 장면에서 딱 한 번 대시(—)를 사용합니다. 그런데 그 하나가 ‘추측’을 ‘사실처럼’ 보이게 만들어버립니다. 다음 편에서는 영어 글쓰기에서 대시(—)가 어떻게 문장의 설득력을 완전히 바꾸는지 살펴볼게요.
여러분은 영어로 글을 쓰거나 말을 할 때, 정확한 단어를 찾지 못해 멈칫했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아니면 스타인벡처럼 일부러 단순한 단어를 써서 더 좋은 효과를 낸 적이 있으신가요? 댓글로 여러분의 경험을 나눠주세요. 😊
📚 참고 자료
John Steinbeck, Travels with Charley:
In Search of America, Penguin, 1997.
